- 광장공포증 사례
결혼한 지 6개월째로 접어드는 20대 후반의 회사원인 B 씨는 퇴근길에 쇼핑센터나 백화점에 들러 아내 대신 시장을 보곤 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하는 일이지만 회사 일로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매주 2~3번 시장을 보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B 씨의 부인이 사람이 많고 넓은 쇼핑센터나 백화점에 가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B 씨의 부인은 신혼 초에 혼자 백화점에 들러 시장을 보던 중,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뱃속이 울렁거리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이상한 행동을 할 것 같은 극심한 불안감을 경험하였다. 다른 사람과 함께 다니면 그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남편의 충고에 따라, 남편과 함께 같은 백화점에 가 보았으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포감이 밀려와 즉시 돌아왔다. 그 후로는 사람이 많은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에 가는 것을 기피하고 있으며 요즘은 전철이나 버스 타는 것도 싫어한다. B 씨는 다른 신혼부부처럼 아내와 함께 쇼핑도 하고 외식도 하고 싶었으나, 아내의 이러한 문제 때문에 불만감이 쌓여 가고 있다. 게다가 아내의 이런 문제가 계속된다면 평생 자신이 시장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B 씨는 마음이 답답하다.
- 주요증상과 임상적 특징
광장공포증은, B 씨의 아내처럼 특정한 장소나 상황에 대한 공포를 나타내는 경우를 말한다, DSM-5에 따르면, 광장공포증을 지닌 사람은 다음의 다섯 가지 상황 중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상황에 대한 현저한 공포와 불안을 나타낸다; (1)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 (2) 개방된 공관에 있는 것, (3) 폐쇄된 공간에 있는 것, (4) 줄을 서 있거나 군중 속에 있는 것 (5) 집 밖에서 혼자 있는 것, 또한 이러한 상황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는 이유가 공황과 유사한 증상이나 무기력하고 당혹스러운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 그러한 상황을 회피하기 어렵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어야 한다. 이들은 이러한 공포 유발 상황에 노출되면 거의 예외 없이 공포와 불안을 경험하게 되며 이러한 상황을 회피하고자 한다. 그러나 때로는 동반자가 있으면 공포나 불안을 경험하게 되며 이러한 상황을 회피하고자 한다. 그러나 때로는 동반자가 있으면 공포나 불안을 느끼면서도 공포 상황을 참아낼 수 있다. 공포 유발 상황의 실제적인 위험과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할 때, 이러한 공포는 지나친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공포와 회피행동이 6개월 이상 지속되어 심한 고통을 경험하거나 사회적, 직업적 활동에 현저한 방해를 받을 경우 광장공포증으로 진단된다. 광장공포증은 특정 공포증의 상황형과 유사하지만 구분되어야 한다. 특정 공포증의 상황형을 지닌 사람들도 광장공포를 유발하는 상황에 대한 공포를 지닐 수 있다. 그러나 광장공포증으로 진단되려면 앞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상황 중 두 가지 이상에서 공포를 느껴야 하는 반면, 한 가지의 상황에만 공포가 제한될 경우에는 특정 공포증 상황형으로 진단될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구별 점은 그러한 상황을 두려워하는 심리적 이유이다. 광장공포증을 지닌 사람은 특정한 상황에서 공황과 유사한 증상이나 당혹스러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반면, 특정 공포증을 지닌 사람은 상황 자체에 의한 손상을 두려워한다. 광장공포증은 갑작스럽게 강렬한 불안이 엄습하는 공황발작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공황발작은 어지러움, 흉부 통증, 질식할 것 같음, 토할 것 같음, 죽거나 미칠 것 같음 등과 같은 신체적 증상을 수반하며, 다음에 소개될 공황장애에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이 이루어질 것이다. 광장공포증을 나타내는 사람들은 탈출이 어렵거나 곤란한 장소나 공황발작과 같이 갑작스러운 곤경에 빠질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장소에 대한 불안이 있으며 이러한 특성을 지닌 여러 장소나 상황을 회피한다. 이런 점에서 광장공포증은 한 가지 특정한 상황에만 공포를 지니는 특정 공포증의 상황형이나 자신이 당황해하는 것과 관련된 사회적 상황에만 국한하여 공포를 나타내는 사회공포증과는 구별된다. 광장공포증이라는 용어는 넓은 공간에 대한 공포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 이 장애의 정확한 속성을 반영하기에 부적절한 면이 있으며, 최근에는 임 소 공포증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광장공포증의 평생 유병률은 측정 도구에 따라 0.6~6%까지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다. 미국인의 경우, 광장공포증의 1년 유병률은 약 1.7%로 보고되고 있다. 광장공포증은 아동기에도 나타날 수 있지만 청소년기 후기나 성인기 초기에 발병률이 높다. 또한 광장 공포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2~4 재정도 더 흔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의 경우, 광장공포증을 지닌 환자가 가장 많이 피하는 상황은 대중교통수단, 폐쇄된 공간, 쇼핑센터의 순서이다.
- 광장공포증의 원인
프로이트는 광장공포증이 여성에게서 흔히 발병된다는 점에 근거하여 이를 ‘여성의 장애’라고 지칭한 바 있다. 그는 여성이 광장공포 증상을 나타내는 이유는 매춘부에 대한 부러움을 억압한 결과라고 보았다. 즉, 광장공포 증상은 여성이 광장에서 만나는 많은 남성과 무작위로 성적인 관계를 맺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대상관계 이론가들은 광장공포증을 어린아이가 어머니와 이별할 때 나타내는 분리불안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사람이 많은 넓은 장소에 혼자 있는 상황은 부모로부터 버림받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린 시절의 분리불안을 재현한다는 것이다.